전세보증금을 안 돌려줄 때 - 이사보다 등기가 먼저다
내용증명부터 경매까지 순서대로. 그리고 2023년에 바뀌어서 이제는 임대인이 우편을 안 받아도 임차권등기가 되는 부분.
만기는 다가오는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 구하면 준다며 미룬다. 이사 날짜는 잡혔고 새 집 잔금도 치러야 한다.
이 상황에서 순서를 틀리면 손해가 커지는 지점이 딱 하나 있다. 나머지는 시간과 비용 문제고.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것 하나
보증금도 못 받았는데 새 집으로 먼저 이사를 가고 전입신고를 옮기는 것. 가장 흔하고 가장 뼈아픈 실수다.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는 힘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서 나온다. 둘 다 그 집에 살면서 전입신고가 되어 있는 상태라야 유지된다. 이사를 나가고 주소를 옮기면 사라진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우선해서 받을 권리를 잃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등기부에 표시를 박아 두고, 등기가 된 걸 확인한 뒤에 이사한다. 임차권등기가 끝난 뒤에는 이사를 가고 주소를 옮겨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우선변제권이 그대로 남는다.
2023년에 바뀐 부분
예전에는 임대인에게 결정문이 송달되어야 등기 촉탁이 들어갔다. 그래서 임대인이 일부러 우편을 안 받고 버티면 등기가 한없이 늦어졌고, 세입자는 이사를 못 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어 2023년 7월 19일부터는 임대인에게 결정을 송달하기 전에도 임차권등기 기입을 촉탁할 수 있다. 임대인이 잠수를 타도 등기는 진행된다.
아직도 “송달이 안 되면 몇 달씩 걸린다”고 적힌 글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지금 기준으로는 맞지 않는 설명인 것 같다. 다만 법원 심사와 등기 기입에 걸리는 시간은 여전히 있으니,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어 주택임차권 등기가 올라온 걸 눈으로 확인하고 이사한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신청만 해 놓고 이사 가는 게 아니다.
관할 법원(집 주소지)에 신청하고, 변호사 없이 본인이 해도 된다. 임대차계약서 사본, 주민등록등본,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 계약 해지를 통지한 내용증명 정도가 필요하다.
내용증명은 효력보다 기록이 목적이다
법적 강제력이 있는 문서가 아니다. 언제 이런 내용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보증해 주는 편지일 뿐이다. 그런데도 먼저 보내는 이유가 둘 있다.
하나는 압박. 농담처럼 미루던 사람도 등기 우편을 받으면 태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나중에 소송으로 갈 때 임대인이 반환을 지체했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 지연이자를 청구할 근거다.
내용에는 계약 사실과 기간, 종료일, 돌려받아야 할 금액, 언제까지 반환하라는 기한을 적는다. 양식은 정해진 게 없다. 같은 내용 세 부를 만들어 등기로 보내고, 인터넷우체국에서 온라인으로도 된다.
지연이자는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민법상 연 5%, 소송을 걸고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법상 연 12%가 붙는다. 2019년 6월 1일부터 15%에서 12%로 내려간 값이다.
반환보증에 들어 뒀다면 여기서 끝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HUG·SGI서울보증·HF)에 미리 가입해 뒀다면 보증기관이 대신 내주고(대위변제)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집주인과 싸울 일이 없다.
청구 시기에 조건이 붙는다. HUG 기준으로 만기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부터 이행청구가 가능하고, 보통 임차권등기를 마친 뒤 청구하는 흐름이다. 심사를 거쳐 지급까지 한두 달쯤 걸린다.
미리 가입한 사람만 쓸 수 있는 카드라는 게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 가입할 수는 없다.
지급명령과 소송
보증이 없으면 법적 회수로 넘어간다. 첫 카드는 지급명령이다. 정식 재판이 아니라 서류 심사만으로 진행되는 독촉 절차라 인지대·송달료가 소송의 절반 수준이고 빠르면 한 달 안에 결정이 난다.
다만 임대인이 결정문을 받고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자동으로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액수 자체는 인정하면서 그냥 버티는 상대라면 지급명령이 경제적이고, 처음부터 다툴 게 뻔한 상대라면 건너뛰고 소송으로 가는 편이 시간을 아낀다.
소송까지 가면 1심에만 반년에서 1년, 경매까지 가면 더 든다. 승소해도 집값이 보증금에 못 미치는 깡통전세면 다 못 건질 수도 있고. 그래서 이 단계는 이기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언제 회수하느냐를 따지는 국면인 듯 싶다.
여기서도 앞의 임차권등기가 다시 값을 한다. 우선변제권을 지켜 뒀으면 배당 순위에서 유리하니까.
지금 어디부터인지
- 아직 이사 전이고 연락은 된다 → 내용증명 보내고 임차권등기명령
- 반환보증에 가입돼 있다 → 임차권등기 후 곧장 보증사 청구
- 액수는 인정하는데 버틴다 → 지급명령
- 연락 두절이거나 사기 정황 → 임차권등기와 동시에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상담
사기가 의심되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나 지자체 전·월세 종합지원센터에 상담을 넣는 게 낫다.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면 경·공매 유예나 우선매수권 같은 별도 지원이 있다.
결론. 등기부등본부터 한 통 떼자
내 전입일보다 앞선 근저당이 얼마나 잡혀 있는지, 같은 건물에 비슷한 사람이 여럿인지. 이걸 알아야 내가 어느 줄에 서 있는지가 보이고 그다음 카드가 정해진다.
여튼 이런 글은 안 찾아보고 사는 게 제일 좋겠지만.